텃밭 24

24년 주말농장

새해 첫날! 쌓인 눈을 밟고 미끄러지며 텃밭을 다녀왔다. 그동안은 너무 추워서 바빠서 또, 눈이 와서 매일매일 핑곗거리를 만들어가며 미루다가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오늘 드디어 재계약을 위해 눈길을 밟았다. 생각보다 길이 많이 미끄러웠다. 계약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따라 나오시며 한 말씀하신다. '조심히 내려가라'라고 '조금 전에 오신 분도 미끄러져서 옷을 다 적셨다'며 아마도 눈과 흙으로 얼룩진 나의 옷을 보시고 걱정이 되어하신 말씀 같다. 관리실을 나와 재계약한 텃밭을 둘러보고 낮으막한 비닐하우스를 매만지며 겨울농작물을 관리하시는 농부님(?)과 짧은 담소를 나눈 후 내려왔다.

텃밭 2024.01.01

고구마 수확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주말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시간이 없어 이번에는 한글날에 고구마를 수확하기로 했다. 먼저 맛난 김치를 담그기 위해 순부터 깔끔히 따고 고구마를 캤다. 손가락 크기만 한 고구마가 나오다가 갑자기 놀랄 만큼 큰 고구마가 하나 둘 보이더니 제법 많다 하지만, 벌레구멍인 듯 메꿔져있긴 하지만, 연필자국만 한 구멍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양이 많다 순을 많이 따먹어서 수확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양이 많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손을 보고 신문을 깔고 말린 뒤 보관을 위해 쌀 포대에 넣었다. 가득 찼다. 든든하다. 고구마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님은 벌써 걱정이시다. 어떻게 다 먹을 거냐며 하지만, 고구마를 좋아하는 난 기분이 좋다. 커다란 고구마를 납작납작 썰어 남편님이 좋아하는 튀김을 해주었다...

텃밭 2023.10.12

단호박 첫수확

연일 하늘이 구멍이 난 듯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린다. 잠시 비가 멎은 틈을 타 텃밭을 다녀왔다. 남들이 보면 찐 농부인 줄 오해하겠지만, 텃밭에 도착해보니 언제나 진심인 찐~농부들은 여전히 평소와 마찬가지로 밭을 가꾸고 계셨다. 우리도 열심히 풀과 함께 여기저기 넘어지고 파헤쳐진 농작물들을 세우고 묶고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사이 작고 동그란 단호박이 여러 개 새로 달리고 하나는 농하게 익어 힘겹게 매달려 있다. 앞뒤를 확인하고 전지가위를 이용해 수확했다. 기분이 묘하다. 내가 심지도 않은 생각지도 못한 이쁜 단호박을 수확하다니 첫 수확이니 식구들을 위해 맛나게 먹고 두 번째 수확은 씨를 제공해 준 지인에게 선물하고 세 번째부터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하나씩 나누어주어야겠다.

텃밭 2023.07.16

미니 단호박

초록초록 동글동글 보기만 해도 좋은 미니 단호박 올해는 감자가 부실하다. 씨감자가 잘못되었는지 싹이 반도 트지 않고 튼 싹도 비실비실하다. 좋아하는 감자가 너무 부실하니 텃밭을 갈 때마다 속상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감자싹을 심은 고랑에서 작은 호박모종이 한 잎 보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 동글동글한 호박이 달렸다. 그냥 호박인 줄만 알았다. 크기가 커질수록 초록초록을 더하더니 색도 모양도 예쁘고 깜찍한 미니호박으로 익어간다. 작년에 작은 아이를 통해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5개의 미니호박 중 하나인 것 같다. 열심히 맛있게 먹고 버렸던 속이 이렇게 또 익어갈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행여라도 땅에 닿아 썩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줄을 이어 가지를 올려주었다. 옆으로..

텃밭 2023.06.24

쉼터 마련

알음알음으로 지인들과 시작했던 텃밭이 어느 새 십 년이 가까워온다. 처음 텃밭은 생각지도 않은 지인의 소개였고 거리는 멀었으나 늘 즐겁고 텃밭 풍경이 새로웠다. 두 번째 텃밭은 가깝고도 먼 거리라 (승용차로는 가깝지만,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곳)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내게는 다니기 힘든 곳이었다. 세 번째는 거리는 가까웠으나 농작물 재배가 자유롭지 못했고 지금의 텃밭은 나에게 있어 무엇으로든 만족 자체였다. 그러나 아들내미가 다녀가며 일침을 놓는다. '쉼터가 있어야겠네' 한마디에 팔레트와 합판, 연이어 장판까지 배달되었다. 평상이 마련되고 나도 온라인에서 방수천을 구매했다. 주말에는 그늘을 만들어 맛있는 삼겹도 구워봐야겠다. ------------------------ 23년 재계약 조건에 '평상철거' 가..

텃밭 2022.09.12

초록초록 가을 새싹

지난주에 뿌린 씨앗들이 초록초록 새싹으로 줄을 서서 반긴다. 초록 싹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즐겁다. 풀을 뽑고 텃밭을 다시 한번 다독이고 새로운 씨앗을 또 뿌려주었다. 다음 주에는 더욱 풍성해진 텃밭을 기대하며,,, ---------- 한 주가 지났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벌레가 모두 갉아먹어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초록 싹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나조차도 믿기 힘든 모습이다. 속상한 마음에 물에 희석한 농약을 약하게 뿌려주고 왔다.

텃밭 2022.09.08

게으른 농부

지난 토요일 주말에만 텃밭에 방문하는 우리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가뭄이라며... 텃밭 곳곳에 비치된 물통마다 물이 비었다. 남편님과 함께 가장 덥다는 오후 3시에 텃밭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물통 바닥에 깔린 물을 바가지로 떠서 조리대에 채워 물이 필요한 상추와 고추, 미나리와 참외에 물을 듬뿍 주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물 나오는 시간을 맞추어 텃밭에 갔다. 아래쪽 물통에만 물이 가득하고 우리 쪽 물통에는 바닥에 고인 물속에 뒷다리가 나온 까만 올챙이만 가득하다. 풀을 뽑고 아래쪽까지 내려가 부지런히 물을 담아왔다. 게으른 주인을 만난 호박과 오이는 벌써 말라 회생가능이 없어 보인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더 많이 부지런 해져야 할 텐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텃밭 2022.05.23

오이 두 개

오이 두 개를 수확했다. 이른 아침 어제의 무더위를 생각하니 오이와 상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부지런히 텃밭을 찾았다. 그동안 자란 오이와 토마토 줄기를 정리하고 물을 듬뿍주었다. 구석구석 큰 키를 뽐내며 올라온 잡초들을 뽑아주고 열매들을 관찰하던 중 커다란 오이 2개를 발견했다. 분명 엊그제까지만 해도 손가락 크기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날씨도 덥다는데 냉국을 좋아하는 남편님을 위해 얼른 챙겨 내려왔다. 저녁 상에 오이냉국을 본 남편님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며 수저로 뜨다가 그릇을 앞으로 당기더니 알뜰하고 깔끔하게 마신다. '오늘 텃밭에서 따 온 거예요'라는 나의 말에 놀란 토끼 눈을 하는 우리 남편님!! 더운 여름이면 냉국을 위해 사 오는 오이 서너 개가 냉국보다는 간식으로 어렵게 ..

텃밭 2021.06.14

꽃과 나비

연이은 비에 무와 땅콩 열무와 강낭콩도 꽃을 피웠다. 꽃들이 만발한 텃밭에는 나비와 벌들이 연신 날아들어 그들만의 향기 놀이터를 즐긴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좋다. 꽃을 따다 비빔밥이나 튀김으로 먹으면 좋다는데... 일단은 그냥 두고 즐기기로 했다. 꽃과 하늘을 번갈아가며 바쁘고 가볍게 날아다니는 나비의 모습에 한동안 취해있다가 폰을 들고 나비의 움직임을 따라다니며 찍었다. 조~심 조심 다가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찍어도 놀란 듯 달아나는 나비의 모습에 나의 행동이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을 나누고 싶어 놓칠 수가 없다. 집에 돌아와 다시 보아도 행복하다.

텃밭 2021.06.02

딸기와 가시오이

어제는 텃밭에 들러 빨갛게 농익은 딸기 두 개를 따서 남편님과 함께 사이좋게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딸기에는 설탕이 필수품인 남편님도 '맛있다'라고 인정했다. 비가 온 후라 땅은 촉촉하고 쌈채소가 가득한 텃밭이 풍~성하다. 꽃이 마르거나 떨어지고 꽃자리에 열매가 달린 곳도 있다. 가시오이에도 노란 꽃이 피고 작지만 오이 모양을 갖춘 아기 오이가 달렸다. 귀엽다. 오이는 물이 필수이니 수시로 올라가 물을 주려면 더욱 부지런해져야겠다. 고추와 오이 그리고 가지까지 열매가 달린 것을 보니 뿌듯하다. 정말 농부가 된 것 같다.

텃밭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