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초록 동글동글
보기만 해도 좋은 미니 단호박
올해는 감자가 부실하다.
씨감자가 잘못되었는지
싹이 반도 트지 않고 튼 싹도 비실비실하다.
좋아하는 감자가 너무 부실하니
텃밭을 갈 때마다 속상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감자싹을 심은 고랑에서 작은 호박모종이 한 잎 보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고 동글동글한 호박이 달렸다.
그냥 호박인 줄만 알았다.
크기가 커질수록 초록초록을 더하더니
색도 모양도 예쁘고 깜찍한 미니호박으로 익어간다.
작년에 작은 아이를 통해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5개의 미니호박 중 하나인 것 같다.
열심히 맛있게 먹고
버렸던 속이
이렇게 또 익어갈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행여라도 땅에 닿아 썩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줄을 이어 가지를 올려주었다.
옆으로 옆으로
새로운 호박이 조롱조롱 달리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 기쁘다
작년에 맛있다고 선물해 주었던 지인에게
올해는
내가 깜짝 선물을 해야겠다.